아침이 되면 내 하루는 늘 같은 장소에서 시작된다. 회사 정문을 지나 복도를 걸어 들어가면 특유의 실험실 냄새와 공조기의 일정한 소음이 섞여 만들어내는 실험실 특유의 분위기가 나를 맞이한다. 품질관리팀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어느새 이 공간이 가장 익숙한 생활 동선이 되었고, 특히 HPLC 기기분석실은 마치 출근 체크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하루의 업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첫 신호를 확인하게 된다.기기분석실 문을 열면 이미 여러 명의 분석원들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구 하나 먼저 오라고 정해둔 것도 아닌데,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비슷한 시간에 모인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제약회사 품질관리라는 업무가 얼마나 높은 일관성과 규칙성을 기반으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