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회사 품질관리라는 영역을 실험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기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 출근과 동시에 이 싸움은 이미 시작된다. 출입문을 통과하면서부터 전자 서명으로 근태가 남고, 사물함에서 실험복과 안전화를 갈아 신는 순간에도 규율은 작동한다. 실험복은 반드시 세탁 이력이 확인된 상태여야 하며, 안전화와 보안경까지 완전하게 착용해야 비로소 실험실로 들어설 수 있다.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GMP 규정이 명령하는 보호 장치인 셈이다.실험대에 앉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사용할 장비들의 상태 확인이다. 저울, pH 미터, HPLC 같은 기기들은 단순히 전원을 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용 이력부에 서명하고, 일일점검 항목을 체크하며, 혹시라도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