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분광학(IR Spectroscopy)의 기본 개념
공유결합을 가진 대부분의 화합물은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상관없이 적외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흡수한다. 이러한 흡수는 분자 내 원자들이 특정한 진동(vibration)을 할 때 발생하는데, 즉 결합의 신축(stretching)이나 굽힘(bending) 운동에 의해 전자기 복사 에너지가 흡수되며 스펙트럼 상에 특유의 피크가 나타난다.
전자기 스펙트럼은 파장(λ) 또는 주파수(ν)에 따라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순으로 나열된다. 이 중 적외선 영역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마이크로파보다 짧은 구간에 위치한다. 가시광선의 파장 범위가 약 400~800 나노미터(nm, 10⁻⁹ m)라면, 적외선 영역은 그보다 훨씬 긴 파장인 약 2.5~25 마이크로미터(μm, 10⁻⁶ m) 정도에 해당한다.
화학적 분석에서는 적외선 중에서도 ‘진동 적외선 영역(vibrational infrared region)’이 특히 중요하다. 이는 분자 내부의 결합이 진동하면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구간으로, 분자의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탄소-산소, 탄소-수소, 질소-수소 결합 등 각 결합은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므로, 적외선 스펙트럼을 통해 해당 결합의 존재 여부나 분자의 작용기(functional group)를 식별할 수 있다.

적외선 스펙트럼을 표시할 때는 파장을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이크론(micron, μ)’이라는 표현도 관습적으로 함께 사용된다. 또 다른 표현 방식으로는 파수(wavenumber, cm⁻¹)가 있다. 파수는 파장의 역수(1/λ)에 해당하며, 파장이 짧을수록 파수가 커진다. 적외선 분광학에서는 주로 4000~400 cm⁻¹ 범위를 사용하며, 이 범위가 바로 분자의 진동 흡수를 다루는 주요 분석 영역이다.
요약하자면, 적외선 영역은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과 마이크로파 사이에 위치하며, 분자의 진동 운동에 대응하는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화학 구조를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따라서 IR 스펙트럼은 화학 결합의 존재와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 유기화학, 무기화학, 제약분석, 품질관리(Q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파장(λ), 진동수(ν), 그리고 에너지(E)의 관계는 분광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그림 2.1에 나타난 관계식 ν = c/λ는 파장과 진동수가 서로 반비례함을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c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약 3.00 × 10⁸ m/s)이다. 즉, 파장이 짧을수록 진동수는 높아지고, 반대로 파장이 길수록 진동수는 낮아진다.
이와 함께 에너지는 진동수에 정비례하며, E = hν라는 관계식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Planck’s constant)로, 6.626 × 10⁻³⁴ J·s이다. 이 식은 한 개의 광자(빛의 입자)가 가진 에너지 크기를 의미하며, 진동수가 높을수록 단위 광자의 에너지도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원리를 스펙트럼 전체에 적용하면, 에너지의 크기는 파장이 짧은 쪽으로 갈수록 커진다. 따라서 X선(X-ray) 영역은 전자기 스펙트럼 중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영역 중 하나로, 그 에너지는 분자 내의 화학결합을 직접 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 때문에 X선은 구조 분석(X-ray crystallography)이나 의료용 촬영에서 내부 구조를 투과해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반대로, 스펙트럼의 가장 긴 파장 영역인 라디오파(radiofrequency)는 매우 낮은 에너지를 가진다. 이 에너지는 분자 내의 전자나 원자핵의 결합을 끊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핵의 스핀 상태나 전자의 스핀 상태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기파는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이나 전자스핀공명(Electron Spin Resonance, ESR) 분석 기술에 이용된다. NMR은 원자핵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적 환경을 파악하는 기술이며, ESR은 자유 라디칼이나 전자 스핀을 가진 물질을 탐지하는 데 사용된다.
결국 전자기 스펙트럼을 에너지 기준으로 살펴보면, X선과 감마선은 결합 파괴 수준의 고에너지 복사 영역이고, 자외선과 가시광선은 전자 전이(Electronic transition)를 일으키는 에너지 범위에 해당한다. 적외선 영역은 전자 전이를 일으킬 정도로는 부족하지만, 분자의 진동(Vibrational) 운동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는 분자 전체의 회전(Rotational)이나 핵자기 스핀 전이 수준의 매우 낮은 에너지 영역이다.
이러한 에너지의 계층적 차이를 통해, 각 스펙트럼 영역은 특정 물리·화학적 변화를 유발하며 서로 다른 분석 목적에 활용된다. 화학자나 제약 QC 분석가가 분광법을 선택할 때, 어떤 전이 수준(결합, 전자, 진동, 회전)을 관찰할 것인지에 따라 사용하는 스펙트럼 영역이 달라진다. 적외선(IR)은 분자의 결합 진동을, 자외선-가시광선(UV-Vis)은 전자 전이를, NMR은 핵 환경을 분석하는 데 각각 최적화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파장이 짧을수록 진동수가 높고 에너지가 커지며, 이는 전자기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본 원리이다. 이 단순한 수식 E = hν, ν = c/λ 안에는, 물질의 구조를 탐구하고 에너지를 정량화하며 분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모든 분광학적 접근의 기초가 담겨 있다.

화학자들이 적외선 분광 분석에서 파장 대신 파수(wavenumber)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계산 편의성 때문만이 아니라 에너지 개념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때문이다.
파수(ν̃, 흔히 “v-bar”로 읽는다)는 단위 길이당 파동의 수를 의미하며, 단위는 cm⁻¹이다. 수학적으로는 파수 ν̃ = 1/λ 로 정의된다. 여기서 λ는 파장(wavelength)이며, 일반적으로 센티미터(cm) 단위로 환산하여 계산한다. 예를 들어 파장이 2.5 μm인 복사선의 파수는 1/(2.5×10⁻⁴ cm) = 4000 cm⁻¹이 된다. 이 계산은 직관적이며, 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의 상대적 크기를 한눈에 비교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파수를 진동수(ν, Hz)로 바꾸려면 빛의 속도 c를 곱하면 된다. 진공에서의 광속은 약 3.00 × 10¹⁰ cm/s이므로, ν (Hz) = ν̃ (cm⁻¹) × c (cm/s) 관계식이 성립한다. 다시 말해, 파수는 진동수에 광속을 나눈 값이며, 따라서 진동수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와 비례한다. 플랑크 식 E = hν 에 파수를 대입하면 E = hcν̃ 이 된다. 즉, 파수가 높을수록 광자의 에너지가 커지고, 낮을수록 에너지가 작아진다. 이러한 비례 관계 때문에 화학자들은 스펙트럼을 에너지 단위에 가까운 파수 기준으로 다루는 것이다.
적외선 분광법에서 흔히 다루는 진동 영역은 4000~400 cm⁻¹ 범위이며, 이는 2.5~25 μm의 파장 구간에 해당한다. 상단의 4000 cm⁻¹ 부근은 주로 결합 길이가 짧고 결합 세기가 강한 결합(예: O–H, N–H, C–H 등)의 신축 진동이 나타나는 고에너지 영역이다. 반면 400~1500 cm⁻¹ 영역은 굽힘 진동이나 골격 진동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저에너지 구간으로, 흔히 지문영역(fingerprint region)이라 부른다.
이러한 범위 구분은 단순히 측정의 편의뿐 아니라, 분자의 구조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700 cm⁻¹ 부근의 강한 피크는 대부분의 유기화합물에서 C=O 결합을 의미하며, 3300 cm⁻¹ 부근의 흡수는 N–H나 O–H 신축 진동을 암시한다. 따라서 파수 스케일로 표시된 적외선 스펙트럼은 분자 내 결합의 종류와 환경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 일부 문헌이나 오래된 기기에서는 파장을 μm 단위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의 분광학에서는 거의 모든 적외선 데이터가 cm⁻¹ 단위의 파수로 표현된다. 만약 파장으로 주어진 값을 파수로 바꾸고자 한다면, 다음 간단한 관계식을 이용할 수 있다.
ν̃ (cm⁻¹) = 10⁴ / λ (μm)
이 식은 1 μm = 10⁻⁴ cm 임을 이용한 변환식이다. 예를 들어 λ = 5 μm라면, ν̃ = 10⁴ / 5 = 2000 cm⁻¹이 된다. 반대로 파수를 파장으로 바꾸려면 λ (μm) = 10⁴ / ν̃ (cm⁻¹) 식을 사용하면 된다.
결국, 파수 단위는 적외선 분광 데이터를 해석할 때 결합의 에너지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합리적인 표현 방식이다. 파수가 높을수록 결합 세기가 크고, 낮을수록 느슨한 진동 모드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현대 화학자들은 적외선 영역의 스펙트럼을 파수 기준으로 읽고, 이를 에너지 단위로 간주하여 결합 특성과 분자 구조를 분석한다.
2025.06.03 - [COFFEEPHARM QCLAB ] - Ab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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