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량이라는 개념은 품질관리 현장에서 매우 자주 접하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작은 오해로 인해 실사 시 지적사항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일정한 무게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 건조나 강열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각 시험의 목적과 약전 규정의 문맥을 함께 해석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먼저 대한약전 통칙에서 정의하는 항량의 의미를 살펴보면, 건조 또는 강열 시 따로 규정이 없는 한 1시간을 추가로 건조하거나 강열한 후, 전후 칭량차가 전회 측정한 질량의 0.10% 이하(생약은 0.25% 이하)일 때를 항량으로 간주한다. 또한 저울의 정밀도에 따라 화학천칭은 0.5mg, 세미마이크로천칭은 50µg, 마이크로천칭은 5µg 이하의 질량 차이를 항량으로 인정한다. 이 정의는 품질관리자가 건조감량이나 강열잔분 시험을 수행할 때 최종적으로 ‘무게 변화가 의미 없는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통칙의 문장 중 ‘따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해석 포인트다. 만약 각조(개별 의약품 시험법)에 건조나 강열 시간을 명시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항량 절차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 이미 규정된 시간 내에서 측정된 결과가 해당 품목의 공식 기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각조에 시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통칙에 따라 항량을 수행할 수 있다.
강열잔분 시험의 경우는 일반시험법에 좀 더 구체적인 문장이 제시되어 있다. 의약품각조에 규정된 잔분의 한도값을 초과할 경우, 다시 황산을 적셔 강열을 30분간 반복하여 전후 칭량차가 0.5mg 이하가 되거나 잔분 백분율이 기준 한도 내로 들어오면 시험을 종료한다. 즉, 강열잔분 시험에서는 잔분 값이 이미 기준 안에 들어온다면 굳이 항량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반대로 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만 항량 확인 절차를 수행하여 결과를 보정할 수 있다.
실제 품질관리 실무에서는 이러한 규정의 세부 해석이 중요하다. 건조감량 시험에서는 대체로 항량을 진행하지만, 강열잔분 시험에서는 각조 기준에 적합하다면 항량을 생략할 수 있다. 다만 항량을 수행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후 칭량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칭량지 등의 데이터가 첨부되어야 하며, 그래야 실사관이 그 과정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대로 항량이 필요 없는 시험에서 불필요하게 여러 장의 칭량지를 첨부했다면 데이터 완결성(Data Integrity) 측면에서 오히려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즉, 항량은 절차의 반복이 아니라 시험 목적에 맞는 합리적 판단의 결과로 수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항량의 판정 기준을 정할 때 약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한약전에서는 통칙에서 제시한 저울 등급별 기준(화학천칭 0.5mg, 세미마이크로천칭 50µg, 마이크로천칭 5µg)을 따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제약 품질관리실에서는 마이크로저울을 사용하므로 5µg 이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긴 하나, 실제로는 무게변화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해 실무적 의미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0.5mg 이하의 질량차를 항량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은 미국약전(USP)의 General Notic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USP 6.40.10에서는 강열 시 “두 번의 연속 칭량값이 1g당 0.50mg 이상 차이나지 않을 때”를 항량으로 정의하며, 건조 시에도 동일한 기준(6.40.20)을 적용한다. 이 기준은 저울의 감도나 시료량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합리적 기준으로, 실제 품질관리 현장에서 가장 널리 적용된다.
결국 항량의 핵심은 단순히 무게가 일정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행위가 아니라, 약전의 문맥과 시험 목적에 맞게 건조 혹은 강열을 언제 중단할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항량 판단 후에는 그 과정이 명확히 추적 가능하도록 칭량지, 시험기록, 장비로그 등의 근거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 관리의 완결성이 확보될 때 실사나 검증 과정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2025.06.03 - [COFFEEPHARM QCLAB ] - Ab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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