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제약회사에서 원료 검체 채취 과정

제약 GMP에서 원료 검체 채취라는 과정은 단순히 드럼이나 포장 단위에서 일부를 떠내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이 단계는 사실상 전체 제조 공정의 출발점이며, 원료가 안전하고 규격에 맞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이다. 제약 산업에서는 원료의 품질이 곧 제품의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검체 채취 방법은 국제 규제기관이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절차 중 하나로 분류된다. WHO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이 과정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무엇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보통 원료는 드럼, 포대, 컨테이너 등 다양한 단위로 입고된다. 규정에서는 이 단위를 sampling unit이라 부르며, 전체 수량을 N으로 표시한다. 문제는 이 N 개의 단위 중에서 실제 시험을 위해 몇 개를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WHO는 간단하면서도 합리적인 공식을 제시한다. 바로 n = 1 + √N이다. 예를 들어 원료 드럼이 40개 입고되었다면, 1 + √40을 계산하여 약 7개의 단위를 무작위로 선정한다. 이 공식을 따르면 전체 수량이 많을수록 표본 수도 늘어나지만, 불필요하게 과도한 검체 채취는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언제 이 공식이 적용되는가를 따져보면, 원료가 균일하다고 판단될 때, 그리고 공인된 공급원으로부터 입고되었을 때이다. 이를 WHO는 n-plan이라고 부른다. 균일성(uniformity)이 확보된다는 것은 포장 단위마다 품질 차이가 없다는 의미이고, 공인된 출처(recognised source)라는 조건은 공급망 관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업체라는 점을 뜻한다. 만약 원료가 균일하지 않거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다른 sampling plan이 적용된다. 이를 p-plan 또는 r-plan이라 하며, 이 경우 더 많은 단위를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해 개별 검증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n-plan 공식은 원료가 일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다.

 

검체 채취 절차를 실제로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먼저 전체 N 단위 중 무작위로 n 개를 선택한다. 이때 무작위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드럼이나 포대를 임의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편향 없이 선택해야 한다. 선택된 각 단위에서 소량을 채취한 뒤, QC 실험실에서 외관과 동일성 시험을 진행한다. 만약 결과가 모두 일치한다면, 이 시료들을 하나로 합쳐 단일 최종 검체를 만든다. 그 최종 검체는 다시 분석용 시료와 보관용 시료로 나뉜다. 분석용 시료는 전 항목 시험에 사용되며, 보관용 시료(retention sample)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하거나 재검증을 위해 일정 기간 보관된다.

 

이 절차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첫째로 GMP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인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을 확보할 수 있다. 분석에 사용된 검체와 동일한 원료를 보관하고 있어야, 나중에 품질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 둘째로, 원료의 동일성(identity)을 시험하는 것은 위조나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는 과정이다. 라벨에 기재된 원료명과 실제 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후 공정은 무의미해진다. 셋째로, 검체 채취는 단순히 품질 보증 활동이 아니라 규제기관의 감사(Audit)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항목 중 하나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임의로 줄이거나 생략한다면, 전체 GMP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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