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단순한 제작을 넘어 성공적인 결과로 이끌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붙잡기 시작하면서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부품 하나, 치수 하나, 소재 하나가 의미 없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모든 요소에는 이유가 있어야 했고, 그 이유는 사용자 경험과 제품 철학, 그리고 시장성에 연결돼야 했다.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단순히 재미용 굿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 실험실에서 매일 쓰고 싶다고 느끼는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피펫 볼펜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디자인 요소를 정리할 때도 단순 나열이 아니라 나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계속 검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우선 볼펜을 보는 순간 누구라도 마이크로피펫이라는 인상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실제 피펫 비율을 기준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면서도 직관적 형상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사용자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형태가 되어야 했다.

내구성은 자연스럽게 소재 선택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 플라스틱을 생각했지만 금형 방식, 반복 클릭 내구성을 고려하다 보니 ABS나 PC-ABS 특성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볼펜은 결국 오래 쓰는 물건이다. 일정한 무게감이 있어야 제대로 된 필기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무게 설계도 중요한 요소였다. 필기감은 제xx스트림 심과의 호환성을 기준으로 잡았다.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쓰고, 실제 사용자 경험이 검증된 잉크심이라는 점이 결정에 영향을 줬다. 내가 만들고 싶은 볼펜은 디자인만 특이한 펜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오래 써도 손에 익숙해지는 펜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용 거치대와 연결되는 구조는 처음부터 설계 단계에서 고려했다. 그래서 단순히 펜을 꽂는 방식이 아니라 결착 구조로 고정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거치대 설계는 또 완전히 다른 고민이었다. 책상 위 공간을 최소한으로 차지하면서도 회전 시 안정적인 중심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실제 사용 환경을 떠올리며 테스트했고, 회전 모듈의 무게중심과 베이스 넓이의 균형을 계속 맞췄다. 커스텀 요소도 필수라 생각했다. 브랜드마다 원하는 옵션이 다르기 때문에 색상, 로고 각인, 배열 방식, 상단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모듈형 구조가 최적이라 판단했다. 양산 관점에서는 금형 파트 수를 줄여 생산 단가와 조립 공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6개의 피펫 볼펜이 동시에 꽂혀 있어도 시각적으로 정돈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단순 홀더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형 제품이라는 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 제품이 단순 팬시 아이템이 아니라, 실험실 문화와 일상의 연결점이 되는 오브젝트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나에게 피펫 볼펜은 그저 쓰는 도구가 아니라 연구자의 감각과 경험이 녹아 있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테스트하고 수정하고 있다. 뚜렷한 디자인 아이덴티티, 안정된 사용성, 양산 가능한 구조, 그리고 오래 남는 사용 경험. 이 네 가지가 완벽히 합쳐졌을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수준의 피펫 볼펜과 그 거치대가 완성된다.
성공을 위한 방향을 다시 점검하면서 우선 기준이 되는 핵심 가치를 정리했다. 첫 번째는 정체성이었다. 피펫 볼펜은 단순히 모양이 닮은 제품이 아니라, 연구자가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과 경험이 담겨 있어야 한다. 실험실에서 피펫을 처음 손에 쥐던 그 감각, 반복적인 실험 속에서 손끝에 익숙해지는 형태, 그리고 손에 맞아야 했던 사용감. 그 기억과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이 제품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는 품질이었다. 결국 볼펜은 매일 쓰는 물건이다. 버튼감, 필기감, 내구성, 무게 밸런스가 모두 사용자 만족도에 직결된다. 내가 아무리 멋진 콘셉트를 외쳐도 실제 필기 시 불편하거나 잉크 흐름이 불안정하면 이 제품은 소비자 손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필기감 테스트와 반복 내구 테스트는 필수 단계가 되었고, 소재 선택과 내부 설계도 무조건 실사용 기준으로 판단했다.
세 번째는 시스템화였다. 이 제품은 볼펜 하나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거치대와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 제품은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하나의 기능적 생태계를 이루어야 한다. 결착 구조, 정렬감, 보관 방식, 회전 안정성 등이 모두 시스템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 단순 펜이 아닌 책상 위 하나의 오브젝트로 완성된다는 개념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네 번째는 생산성과 확장성이다. 금형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단가는 올라가고 생산 과정에서 변수가 늘어난다. 초도 생산뿐 아니라 계속해서 양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품을 줄이고 색상이나 요소를 바꿔도 금형 재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구조가 정리돼야 브랜드 커스터마이징, 한정판 컬러, 콜라보 모델 같은 확장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메시지였다. 이 제품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어떤 가치를 대표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구매는 소비 행위가 아니라 소속감과 경험으로 연결된다. 결국 성공 기준은 판매량도 생산 효율도 아니었다. 사용자 손에 오랫동안 남아 실제로 쓰이고, 그들의 일상 속 역할을 얻어내는 것. 그 기준이 정리되니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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