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피펫 볼펜과 거치대를 왜 만들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단순한 굿즈 제작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일상으로 옮기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실험실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유리비커나 삼각플라스크 같은 도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품질관리나 연구개발 현장에서 손에서 가장 오래 놓지 않는 물건은 마이크로피펫이다. 매일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만들고 결과를 검증하며, 미세한 양의 차이로 성패가 나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런 상징적인 도구를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실험실은 일상의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경험과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다. 정해진 규격과 절차에 따라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 업무, 데이터의 일관성을 위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가장 인간적인 집중력.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자연스럽게 애착을 가진다. 마이크로피펫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집중과 정확성,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 감정을 일상에서 느끼게 해주는 물건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볼펜은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도구다. 실험 장비를 볼펜이라는 친숙한 형태로 재탄생시키면 실험실의 감성을 무리하지 않고 일상 속으로 녹여낼 수 있다.

마이크로피펫 볼펜이 기존 굿즈와 다른 점은 단순한 형태 모방이 아니라 실험실의 상징성과 기능적 만족감을 함께 녹여내려는 점이다. 실험 장비가 가진 구조와 메커니즘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손으로 쥐었을 때 진짜 마이크로피펫을 잡은 느낌을 주기 위해 무게와 균형도 고려하고 있다. 단순한 기성품 커스터마이징이 아니라 내부 구조와 재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려고 하는 이유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실험실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장비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면, 평범한 볼펜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치대를 함께 만드는 이유는 책상 위의 작은 공간에서도 실험실 같은 질서를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피펫은 보통 벽걸이나 전용 스탠드에 꽂아두며 정리한다. 이 방식은 연구원들의 공간 정리 습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볼펜 역시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으면 금방 사라지거나 뒤엉키지만, 전용 거치대에 세워두면 오브제 같은 존재감을 갖는다. 스탠드에 볼펜을 세우는 작은 행동 하나가 실험실의 루틴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업체와 연락을 주고받고, 수많은 견적서를 검토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사출 대신 CNC 목업 제작을 먼저 진행하는 이유도 완성도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있다. 완성된 하나의 제품이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연구문화와 실험적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누군가는 물어본다. 왜 굳이 힘들게 이런 제작을 하냐고. 이미 잘 팔리는 굿즈를 만들거나 유행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더 쉽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판매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연구원으로 살아온 시간, 품질관리라는 업무가 가진 무게, 정확성과 책임이라는 가치를 녹여낸 결과물이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이 볼펜을 손에 쥐었을 때 그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책상 위에서 조용하게 서 있는 작은 볼펜과 거치대가 실험실의 공기와 집중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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