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행한 ‘바이오 무균의약품 제조 규정 적용 사례집’을 중심으로, 개정된 국내 무균의약품 제조 기준의 핵심 적용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자료다. 최근 글로벌 규제 동향은 단순히 규정 준수를 넘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와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PIC/S Annex 1 개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방향성으로, 한국 역시 이에 발맞춰 2023년 12월 개정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 별표 1의 내용을 2025년 12월부터 본격 시행하게 된다. 식약처의 이번 사례집은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실무 현장에서 새로운 규정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개정의 중심에는 오염관리전략(Contamination Control Strategy, CCS)이 있다. 과거에는 개별 공정이나 장비의 청결 상태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공장 전체 시스템과 운영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오염 요인을 통합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CCS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설비 설계와 공정 밸리데이션, 인원 관리, 원자재 취급, 세척·소독,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품질 관리 프레임워크다. 이 전략은 살아 있는 문서로 유지되어야 하며, 정기적인 검토와 효과성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해외 선진사들은 일반적으로 반기 또는 연 1회 CCS 리뷰를 진행하며, 환경 모니터링 데이터, 무균공정모의시험(Media Fill) 결과, 무균시험 일탈 건수 등을 KPI로 설정해 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한다.

시설 기준 또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 청정구역의 설계에서는 오염이 잔존하기 쉬운 틈새나 배관 돌출부를 없애야 하며, 미닫이문과 같은 구조는 무균 제조구역에서 금지된다. 특히 A등급과 B등급 구역에는 싱크대나 배수시설 설치가 허용되지 않는다. 물이 흐르는 설비는 오염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청정실의 에어락 설계는 작업원 동선과 물류 동선을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최종 에어락 구역은 연결되는 청정실과 동일한 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기준은 단순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공정 내 미세한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과학적 설계의 결과다.
물품 반입 절차에서도 절대적 통제가 요구된다. 무균구역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품은 사전에 밸리데이션된 이송 공정을 거쳐야 하며, 멸균된 상태로 다중 포장 후 승인된 소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외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물품을 긴급 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품질보증부(QA)의 사전 승인과 위험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소독제 역시 두 가지 이상의 상이한 작용기전을 가진 제제를 교차 사용해야 하며, 아포까지 사멸할 수 있는 수준의 살균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단일 소독제에 대한 내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과학적 검증 결과를 근거로 한 프로그램 관리가 필수적이다.
작업원 관리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사람은 여전히 가장 큰 오염원이다. 따라서 작업복의 재질, 착용 절차, 세탁 주기, 내구성 평가까지 모든 항목이 세부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B등급 구역 출입자는 얼굴과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는 멸균 일체형 복장을 착용해야 하며, 안면 마스크와 고글 착용도 의무화되었다. 특히 반복 세탁으로 인한 직물 손상과 필터링 성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세탁 횟수별 차단 효율 검증이 권장된다.

제조 기술의 고도화 역시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멸균 여과 공정에서는 1차 및 2차 필터를 연속 사용하는 다중 여과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1차 필터 완전성 시험에서 불합격이 발생할 경우에만 2차 필터 시험을 수행하는 단계적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일회용 시스템(Single-Use System, SUS)의 활용도 증가하고 있다. SUS는 교차오염 위험을 최소화하지만, 동시에 고분자 소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용출물과 추출물(Extractables & Leachables)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 전 공정 조건과 접촉 시간, 약액의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평가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환경 모니터링은 ‘상시 감시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A등급 구역에서는 모든 중요 공정 수행 중 실시간 부유균 모니터링이 필수이며, 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B등급 구역에서도 연속 감시가 요구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생물 동정 수준의 강화다. 과거에는 속(genus) 단위의 확인만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종(species) 수준까지 동정하여 병원성 여부, 내독소 생성 가능성, 검출 위치 등을 기반으로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CCS 문서에 다시 반영되어, 공정 전반의 개선 근거로 축적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결국 이번 규정 개정의 본질은 규정 준수의 문제를 넘어, 과학적 근거와 품질 리스크 관리 중심의 문화로 제조 현장을 전환하는 것이다. CCS를 중심으로 한 품질 시스템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기업의 품질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운영 매뉴얼이 되어야 한다. 국내 제약사가 이러한 기준을 충실히 구현한다면, 이는 단지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GMP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5.06.03 - [COFFEEPHARM QCLAB ] - About Us
About Us
커피 한 잔에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 있는가. 예쁜 카페, 감성적인 분위기, 고급 원두라는 말은 흔하다. 하지만 정말 이 커피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내가 마신 이 맛이 다음에 와도
qclab.kr
'품질관리(Quality Control) > 오염관리전략(C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염 관리 전략 CCS전략 마련에 참고할 수 있는 템플릿 공유 (1) | 2025.10.29 |
|---|---|
| 오염 관리 전략(Contamination Control Strategy, CCS) 한미약품 예시 (1) | 2025.10.25 |
| 이젠 제약회사 GMP 필수가 되어버린 '오염 관리 전략(CCS)'으로 안전한 품질 관리 실현 가이드라인 공유 (1) | 2025.10.24 |
| 제약 GMP 오염관리전략 CCS(Contamination Control Strategy) (0) | 2025.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