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리 품질관리,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이유와 방법

나는 오늘 로스터리에서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단순히 ‘맛이 괜찮으면 됐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반복해서 일정한 커피 맛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로스팅

커피는 내가 처음 로스팅을 시작했을 때도 참 어려운 대상이었다. 매번 로스팅할 때마다 약간씩 달라지는 맛은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고객에게 ‘이 맛이 항상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던 것도 늘 아쉬웠다.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원두의 수분 함량, 기계 상태, 환경 조건, 그리고 작은 손끝의 차이까지 맛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는 ‘품질관리’가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록, 명확한 절차에 기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커피 로스팅에서 품질관리를 단순한 감각 테스트 이상의 ‘과학’이자 ‘시스템’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맛있다’ ‘별로다’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곧 그 방법이 불안하고 한계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일관성’이었다. 매번 똑같은 원두, 똑같은 로스팅 기계, 똑같은 환경에서도 맛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 미묘한 차이가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였다.

로스팅

그래서 나는 ‘누가’ 품질관리를 담당할지부터 고민했다. 로스터 한 사람이 모든 걸 맡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전담 QC 담당자를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로스팅 프로파일을 정확히 기록하고, 컵핑을 통해 관능 평가를 실시하며, TDS와 같은 계측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해 분석한다. 이런 ‘책임자’가 없으면 품질관리가 산만해지고, 기록도 부실해지기 쉽다. COFFEEPHARM처럼 전문 QC LAB이 있다면, 이 팀은 더 높은 수준의 실험과 분석을 수행해 품질 이탈 가능성을 미리 잡아낼 수 있다.

품질관리는 ‘언제’ 그리고 ‘어디서’ 하는지도 중요하다. 나는 로스팅 전 원두 상태를 먼저 점검한다. 수분 함량이나 저장 상태는 품질 편차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팅 중에는 온도와 열 전달 데이터를 실시간 기록한다. 이때 사용한 프로파일이 매번 일관되게 재현되어야 한다. 로스팅이 끝나면 컵핑을 통해 맛을 평가하고, 굴절계를 사용해 추출 강도와 수율을 측정한다. 이 모든 과정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추적하고, 개선할 수 있다.

‘무엇’을 관리하느냐도 핵심이다. 온도 곡선, 로스팅 시간, 공기 흐름 등 프로파일 데이터는 기본이다. 여기에 컵핑 점수, 향미 특성, 그리고 TDS와 추출 수율이 더해진다. 나는 이 세 가지 데이터를 조합해 배치의 품질을 판단한다. 이것 없이는 ‘좋은 커피’를 재현할 수 없다. 계측 데이터와 관능 평가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품질관리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 나는 먼저 하나의 표준 프로파일을 정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컵핑도 정기적으로 계획했다. 간단한 SOP 문서와 작업 로그를 만들어 팀원과 공유했다. 점차 TDS 측정기 같은 계측 도구도 도입했다. 무엇보다도 ‘기록’을 철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기록이 없으면 경험도 지식도 쌓이지 않는다. 팀원 모두가 이 절차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여 체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이 완성됐다.

마지막으로, ‘왜’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본다. 커피는 ‘한 번 잘 만들었으면 됐다’가 아니다. 고객이 언제 찾아도 같은 맛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품질 편차가 크면 신뢰는 무너지고, 낭비는 늘어난다. 게다가 사업이 성장할수록 자동화와 외주가 필수인데, 이때 기준과 기록이 없으면 브랜드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나는 품질관리가 곧 브랜드 생존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결국, 품질관리는 ‘좋은 커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지속해서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감각에만 의존하면 실수가 반복되고 개선도 어렵다. COFFEEPHARM의 QC LAB처럼, 데이터와 기록 기반의 엄격한 품질관리야말로 커피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오늘도 나는 로스팅실에서 작은 기록을 남기며, 내일도 같은 맛을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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