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의 노브는 사출설계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게 녹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마감 부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공간 안에 기능과 내구성과 감각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복합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힌게 바로 노크식 볼펜의 핵심 노브였다. 설계 재점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서면 소통으로는 절대 부족했다. 결국 설계를 맡은 팀과 긴급 미팅이 필요했고,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수원 광교의 폴바셋이었다.

카페 테이블 위에서 도면을 펼쳐놓고 부품을 비교해보는 일이 어색할 것 같지만, 실제 개발 과정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조용한 회의실보다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순간이었고, 이동 중에도 머릿속에서는 치수 보정, 사출 방식 변경, 용수철 규격 수정 같은 단어들이 계속 떠올랐다.
광교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길게 느껴졌다. 설계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단순한 회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품의 방향성을 다시 확인하고 브랜드가 원하는 아이덴티티와 기능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다. COFFEEPHARM이 추구하는 실험실 감성과 QC LAB의 기술적 디테일을 매끄럽게 담아내려면 작은 오차를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이번 미팅에서는 노브의 구조를 다시 검토하고, 스프링 장력을 단계별로 설정하며, 사출 시 변형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보강 구조 추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과 기능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생산 파트너와 어떤 방식으로 조율할지,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될 촉감을 어떻게 수치화할지 같은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피펫 볼펜의 전체적인 형태가 서서히 완성되어 가면서 이번 단계에서는 결국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구조인 노브가 논의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아직 금형이나 사출 단계로 넘어가기 전이기 때문에 오늘의 작업은 구조를 정의하고 치수를 잡고 내부에서 어떤 간섭이 생길지 미리 예측하는 설계 본연의 과정에 집중되었다. 볼펜이라는 단순한 제품 범주 안에서 피펫의 독특한 눌림 감각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 보니 스케치를 다듬는 수준을 넘어 실제 손가락 압력과 부품 간 결합 상태까지 세밀하게 가정해야 했다. 결국 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게 되면서 설계 방향을 전반적으로 다시 정리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노크식 볼펜 구조에서는 노브가 모든 동작의 중심을 이루는 만큼 이번 논의에서 가장 먼저 다뤄졌다. 현재 설계안으로는 도면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조립 환경을 가정하며 간극을 분석해보면 눌림 방향이 완전히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중심축이 아주 미세하게 틀어지는 것만으로도 버튼감이 불안정해지고 이는 사출 이후 흔들림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노브 기둥의 직경과 길이, 내부 가이드 홈 너비 같은 기초 설계값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작은 치수 변화가 전체 구조와 연동되는 특성 때문에 메커니즘 전체를 다시 정렬하듯 설계 흐름을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추가 요청 사항도 이번 설계 단계에서 함께 반영되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스트로크 깊이였다. 피펫의 눌림 감각은 명확하면서도 경쾌하지만 볼펜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부담 없는 조작감이 필요했다. 이 두 요소의 중간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스트로크 깊이를 수치로 환산해 최적 범위를 설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깊이가 지나치면 노브 기둥의 흔들림이 커지고, 얕으면 피펫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억이 사라지는 만큼 기계적 구조와 감각적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이 투입되었다.
상단 색상 캡과 표면 질감 역시 설계 단계에서 방향성을 미리 확정해야 하는 요소였다. 단순히 색을 올리는 작업이 아니라 제품의 첫 인상과 브랜드 정체성을 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캡의 높이, 몸통과의 접합 라인, 단면 형태 같은 디테일을 논의하며 여러 형태적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이 요소들은 패키지와 전체 브랜딩 방향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설계 초기부터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사출 전략은 실제 공정 단계에 들어가기 전이지만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었다. 금형 분할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게이트가 어느 위치에 들어가는 것이 최적인지, 사출 수축을 예상해 치수를 어떻게 보정할지 같은 요소는 지금 결정해야 후반부에 발생할 수정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설계 일지에서는 노브와 본체가 만나는 구간의 단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기준을 재정리했다. 사출과 설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정적인 시각을 함께 유지하는 접근이 유효했다.

노브 구조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노브를 단순한 마감 부품 정도로 여기는 시각과 달리 실제 설계 단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난이도는 사출설계 기술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보는 편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특히 볼펜을 단순 필기구가 아닌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하려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노브는 내부 작동계의 마지막 단추이자 사용자의 손끝에서 기능이 직접 확인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노크식 볼펜인 경우 아래 세 부분의 조합으로 작동이 된다.
- 노브
- 회전기어
- 축 내부
오늘 작업의 핵심은 노브라는 작은 부품이 전체 제품의 감각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피펫을 사용할 때 손가락 끝에 남는 그 독특한 감각을 볼펜이라는 구조 안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본질이고, 설계는 그 감각을 구조로 번역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도면 몇 장을 수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감각과 구조를 연결하는 설계적 사고가 필요한 단계였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정리하면 노브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내부 구조를 재정렬하고 세부 치수를 조정하는 방향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이후에는 수정된 설계안을 기반으로 1차 시뮬레이션을 통해 내부 간섭과 구조적 안정성을 점검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을 거치면 금형 전략과 사출 계획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흐름이 준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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