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피펫을 떠올리면 기능적인 장비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실험 장비를 닮은 볼펜이 등장했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흥미를 넘어 일종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그 제품이 정작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처음 이 제품을 발견했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다는 느낌이 묘하게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한다. 피펫 브랜드에서 판촉용으로 기념품처럼 나누어주거나 피펫을 구매할 때 사은품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수요는 존재하지만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 상태가 이어졌고, 그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졌다.

직업적으로 실험기기와 품질 시스템 속에서 일해온 나는 그 상황을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이 아니라 공급의 빈 자리를 보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제품이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이미 디자인 차별성과 상징성이라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품질이었다. 기존 피펫 볼펜은 외형을 최대한 실제 피펫과 동일하게 만들려 한 점은 흥미롭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인 필기에 대한 완성도는 부족했다. 필기감이 뻣뻣했고 잉크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으며 손에 남는 느낌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디자인은 재미있지만 실사용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식품 같은 제품이었다.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명확해졌다.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손끝 감각으로 익숙해진 마이크로피펫의 감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실생활에서 매일 쓰고 싶은 필기구로 완성시키는 것. 디자인과 기능 두 요소가 모두 필요한 제품이라면 그 균형을 잡는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실험실에서 매일 피펫을 사용하던 경험, 제약회사 품질관리자로서 타협하지 않는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겨온 배경이 이 방향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볼펜을 단순히 재미로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느낀 손끝의 감각과 일상 속 필기 경험을 제대로 연결하는 제품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만 존재했고 기능이 따라오지 못했지만, 나는 그 둘을 제대로 결합해보고 싶었다. 시장에서는 분명히 이 제품을 원하지만 정작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공백은 불편함이 아니라 기회였다.
실험실에서 오래 일해온 경험, 그리고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적 기준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아줬다. 여러 연구자와 학생들이 사은품이 아니라 제값을 지불해서라도 사고 싶은 제품,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매일 손이 가는 필기구를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론은 명확해졌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살 수 없다면,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 순간부터 나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로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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