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링은 제약 산업에서 단순히 몇 개의 시료를 떠서 시험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별 규제기관이 정해놓은 법적 틀 안에서 수행되는 고도의 품질 보증 활동이다. 규제 환경은 독일, 유럽연합, 미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 가지 공통된 규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품질 부서의 책임, 둘째는 문서화된 절차, 셋째는 교육받은 인력에 의한 수행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모든 선진 규제 시장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독일은 AMWHV라는 법령을 통해 출발 물질, 중간체, 완제품, 포장재 등 전 단계에서 샘플링과 시험이 필수임을 규정한다. 품질관리 책임자가 샘플링 계획과 시험법을 승인하고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이 법령에 명시되어 있다. 즉 샘플링을 누가 채취했는가보다 그 책임이 철저히 품질부서에 있다는 점이 강조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GMP 가이드라인은 더욱 세밀하게 접근한다. Part I의 제6장에서는 샘플링 방법, 채취량, 장비 청결, 보관, 라벨링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Annex 8은 이를 보완해 샘플링을 수행하는 인력의 교육과 문서화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다. 특히 출발 물질의 경우 각 배치마다 식별시험을 수행해야 하며, 이른바 전수 확인시험이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모든 용기를 개별적으로 열어보는 전통적인 방식의 전수검사가 항상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업체가 충분히 검증되고, 제조소와 품질이력이 신뢰할 수 있으며,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정당성이 뒷받침될 경우 일부 용기만 개봉하거나 NIR 같은 비파괴 기술을 이용해 대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치별 식별시험 자체는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미국의 경우 21 CFR 211이 기준이 된다. 여기서는 각 배치마다 대표성 있는 샘플을 채취하고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식별시험을 수행하도록 명시한다. 공급업체의 시험 성적서를 활용할 수는 있으나, 자사에서 직접 수행한 시험 없이는 원료를 방출할 수 없다. 또한 대표 샘플이나 합성 시료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단일 불량 용기를 가려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결국 미국도 배치별 식별시험을 불가침의 원칙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ICH Q7은 원료의약품 제조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면서, 샘플링과 시험이 반드시 품질부서의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실제 시료를 떠가는 사람은 품질부서 직원일 필요는 없고, 교육을 받은 적격 인력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교육과 문서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접근이다.
샘플링과 전수 확인시험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은 ‘감소된 샘플링’이다. 이는 시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용기를 다 열지 않고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부 용기만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무조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업체의 자격, 제조소의 GMP 준수 여부, 과거 품질 이력, 그리고 원료의 위험성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적용된다. 특히 독성이 크거나 오염 우려가 있는 원료의 경우 감소된 샘플링은 허용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 적용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공급업체 적격성 평가와 정기적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어 최소 3개 배치 이상에서 일관된 품질 결과가 확보되어야 하며, 공급업체 변경이나 제조소 이전이 발생하면 다시 전수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또한 대체기술이나 감소된 샘플링을 활용하려면 검출한계, 특이성, 불량 용기 마스킹 가능성에 대한 검증 데이터를 문서화해야 하고, 품질부서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한다.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규제기관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세 가지다. 각 배치마다 식별시험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샘플링과 시험 책임은 품질부서에 있으며, 절차는 문서화되고 교육받은 인력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공급업체 신뢰성과 위험평가, 통계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하는 감소된 샘플링이나 기술적 대체가 조건부로 허용될 수 있다. 샘플링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GMP 준수 여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비용이 아닌 품질 보증 활동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 용기가아닌일부용기에서검체를채취하여확인시험(IdentityTest) 실시가능한지?
최소한의 밸리데이션된 절차와 품질위험관리(Quality Risk Management) 등과 같은 추가적인 충분한 검증절차가 있는 경우, ‘주사제용 출발물질’은 입고되는 일부 용기에서 검체를 채취하여 확인시험(Identity Test)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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