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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피펫 볼펜 3D 모델링과 워킹 목업 단계에서 고민하던 부분 Feat. 볼펜 제조 업체의 조언

QC LAB 2026. 1. 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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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내 볼펜 제조업체로부터 쪽지를 하나 받았다.

단순한 문의 응답 수준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미 여러 유명 볼펜 제조를 진행했던 곳이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동안 3D 모델링과 워킹 목업 단계에서 고민하던 부분들, 특히 나사산 결합과 노브 설계에서 막혔던 지점들에 대해 실제 양산 경험을 가진 쪽의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설계자 입장에서 혼자 고민하던 문제들이 비로소 산업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온 셈이다.

 

 

노크식 볼펜의 매커니즘, 딸깍 딸깍 소리가 여기서 남

제조사의 시선에서 다시 보게 된 설계의 위치

그동안 마이크로피펫 볼펜 설계는 디자이너의 관점,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하지만 제조업체와의 접점은 설계의 좌표를 명확히 바꿔 놓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개 같다. 이 구조가 실제로 사출이 가능한지, 금형에서 이탈은 원활한지, 조립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하지 않는지다. 여기에는 상징성이나 스토리보다 훨씬 냉정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분명해지는 사실은 하나다. 설계 도면과 렌더링에서 완성된 디자인은 아직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제품은 금형이 열리고, 플라스틱이 흐르고, 사람이 조립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형태를 갖는다. 이때 발생하는 수많은 제약 조건은 설계자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볼펜의 내부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구성되어있다. 

노브 부분이 제일 어려운 설계인데.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다. 

 

클릭 매커니즘
메인 바디 볼펜 내부에도 이런 설계가 들어가야 한다.
누름 버튼

 

결국 디자인은 금형 사출 단계에서 바뀐다

이번에 받은 쪽지를 통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은 문장은 결국 금형 사출 단계에서 디자인이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디자인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양산이라는 조건이 추가되는 순간 디자인의 우선순위가 재정렬된다는 뜻에 가깝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피펫을 닮게 만들기 위해 적용했던 나사산 표현은 금형 분할선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슬라이드 코어 추가나 금형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제조사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이 나사산은 반드시 기능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각적 요소로 대체 가능한가.

노브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손으로 눌렀을 때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복잡한 곡면과 깊이를 주었지만, 사출 관점에서는 언더컷 발생 가능성과 두께 불균형 문제가 동시에 지적된다. 결국 금형에서는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고, 이형성을 높이기 위해 형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이 과정에서 초기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수정된다.

 

수정은 후퇴가 아니라 성숙이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디자인이 바뀐다는 말이 처음에는 후퇴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점은, 이 수정이야말로 제품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머릿속에서 이상적으로 존재하던 형태가, 수천 개 단위로 반복 생산 가능한 구조로 재정의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볼펜처럼 이미 완성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제품군에서는, 작은 수정 하나가 전체 사용성을 좌우한다. 제조사는 노브의 높이 몇 밀리미터, 내부 리브의 각도 하나까지도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조언은 단순한 기술 피드백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실패 사례의 압축본에 가깝다. 설계자가 혼자서는 절대 단기간에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제 설계의 중심은 대화로 이동한다

오늘 받은 쪽지는 하나의 전환점이다. 이제 설계는 혼자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라, 제조와의 대화를 통해 다듬어지는 단계로 들어간다. 어디를 고집해야 하고, 어디를 과감히 내려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 대화 속에서 훨씬 명확해진다. 마이크로피펫 볼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볼펜으로서의 기본을 지키는 선택은 결국 경험 많은 제조 파트너와의 협업에서 나온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예쁜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를 찾는 과정이다. 금형 사출 단계에서 디자인이 바뀐다는 사실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이 제품이 비로소 현실 세계로 진입했다는 증거다. 지금 단계에서의 수정은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불량과 비용을 미리 제거하는 과정이며, 그만큼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제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설계 도면을 들고 제조사의 질문 하나하나에 답해 나가면서, 이 볼펜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지 구체화하는 일이다. 마이크로피펫이라는 상징은 유지하되, 볼펜이라는 도구의 논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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