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피펫 볼펜 재설계를 진행중이다. 양산을 위해... 제작 비용이 너무 비싸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근데 한번 시작했으니 완성된 실물을 보고싶다.

지금 볼펜 제작 진행 상황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그립이다. 전체적인 모델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형태나 비례도 이제 크게 손댈 부분은 없어 보인다. 색감 역시 흰색을 기준으로 가져가기로 방향을 잡았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덜어내고, 실험실이나 작업 환경에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오브젝트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고무 그립을 넣을지 말지다.
처음 설계를 시작했을 때는 고무 그립을 거의 당연한 요소처럼 생각했다. 대부분의 볼펜이 그렇고,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되는 편의성이기 때문이다. 미끄러지지 않고, 장시간 필기 시 손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특히 일반적인 사무용 볼펜을 떠올리면 고무 그립은 오히려 없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델링이 구체화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 이 볼펜은 흔한 필기구라기보다는 도구에 가깝다. 메탈 바디 구조, 직선 위주의 디자인, 기능이 드러나는 노크 메커니즘까지 포함하면 감성적으로는 문구점보다는 실험대나 작업 책상 위가 더 잘 어울린다. 이런 흐름에서 고무 그립을 추가하는 순간, 전체 인상이 급격히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흰색 단일 톤을 기준으로 가져가려는 상황에서는 고무 그립이 시각적으로 상당히 큰 변수다. 고무는 재질 특성상 색이 다르고, 질감도 분명하게 튄다. 디자인적으로는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전체적인 미니멀한 흐름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났을 때다. 고무는 변색되고, 먼지가 붙고, 경화된다. 실험실이나 QC 환경처럼 깔끔함과 위생이 중요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무 그립을 넣지 않는 방향을 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신 표면 처리로 그립감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방식이다. 완전한 유광이 아니라 살짝 무광에 가까운 마감, 혹은 손이 닿는 구간에만 미세한 텍스처를 주는 방법이다. 의료기기나 측정 장비를 보면 의외로 고무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명확하다. 소모성 재질을 최소화하고, 전체 수명을 일정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이 선택은 사용자 타겟과도 직결된다. 이 볼펜이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편한 볼펜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특정 환경과 직군을 전제로 한 상징적인 도구를 만들 것인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후자라면 약간의 불편함보다 일관된 정체성과 사용 맥락이 더 중요해진다.
물론 감으로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같은 디자인에서 고무 그립 버전과 논그립 버전을 실제로 만들어서 테스트해보는 과정은 필요하다. 손 크기, 필기 시간, 작업 환경에 따라 체감은 생각보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설계 흐름과 제품이 주는 인상을 종합하면, 고무 그립을 넣지 않는 쪽이 이 볼펜이 가려는 방향에는 더 맞아 보인다.
결국 이 볼펜은 편한 필기구라기보다는 정제된 작업 도구에 가깝다. 그 방향성을 끝까지 밀고 갈지, 아니면 사용성을 조금 더 앞세울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이 고민 자체가 제품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는 신호라서, 그 점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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