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판교에 다녀왔다. 목적은 단순했다. 현재 준비 중인 예비창업패키지 아이템을 기준으로 실제 특허 출원이 가능한지, 그리고 예창패 과제로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일이었다. 장소가 판교였던 이유도 명확하다. 이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특허 전문가들이 밀집해 있고, 단순한 출원 대행이 아니라 사업화 관점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상담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단순히 특허가 된다, 안 된다를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 아이템의 기술적 핵심이 무엇이고, 그 핵심을 어떻게 권리 범위로 가져갈 수 있는지, 그리고 예비창업패키지 과제 구조 안에서 어떤 포인트를 강조해야 하는지까지 짚어주었다. 특히 GMP 환경에서 수기 데이터의 신뢰성과 무결성을 다루는 현재 아이템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기술적 문제의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허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명확했다. 완전히 새로운 물리 법칙이나 전혀 없는 기술은 아니지만, 기존 기술의 단순 결합으로 보기에는 목적과 적용 환경이 분명하고,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록 시점 검증, 타임스탬프 개념, 데이터 무결성이라는 요소를 GMP라는 규제 환경에 정확히 연결한 점은 신규성 주장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권리 범위를 욕심내기보다는, 1차 출원에서는 핵심 기능과 구조를 중심으로 가져가고, 이후 개량 발명이나 분할 출원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조언도 함께 들었다.

결론적으로 특허는 진행하기로 했다. 예창패 일정과 연동해 출원 시점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까지 정리했고,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이후 활용 가능한 부분과 선정 전 준비 단계에서 유의할 점도 상세히 안내받았다. 특히 많은 예비창업자가 혼동하는 부분인 아이템 완성도와 사업계획서 평가 기준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기술이 완벽해서 붙는 것이 아니라, 문제 정의와 해결 구조, 그리고 시장과의 연결이 설득력 있게 설명되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예창패 아이템 자체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기술 난이도가 과도하게 높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산업 타깃이 있고, 기존 제약 품질관리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사업계획서와 발표라는 이야기로 귀결됐다. 기술 설명에 매몰되기보다 왜 이 문제가 지금 중요한지, 왜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인지가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조언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판교를 오가며 느낀 점은 하나였다. 예창패는 막연한 아이디어 경연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구조적인 평가를 받는 자리라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 상담을 통해 현재 방향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은 얻었다. 이제 남은 일은 명확하다. 특허 출원을 차분히 진행하면서, 사업계획서의 논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듬고, 발표에서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기술은 이미 시작선에 올라와 있고, 이제는 설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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