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법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 제약회사 품질관리의 숨은 핵심 분석법
HPLC, GC, ICP-MS와 같은 첨단 분석장비가 보편화된 시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학 분석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결과를 출력해 주는 고가의 장비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의외로 제약회사 품질관리(QC) 실험실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적정법(Titration)이 지금도 매우 중요한 분석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시험에서는 최신 분석장비보다 적정법이 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적정법은 여전히 약전 시험법과 품질관리 시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적정법이란 무엇인가?

적정법은 농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표준용액을 이용하여 시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반응에 소비된 표준용액의 양을 측정하여 시료의 함량이나 순도를 계산하는 분석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시료 속에 들어있는 산의 양을 알고 싶다면 농도가 정확히 알려진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조금씩 첨가한다. 산과 염기가 완전히 반응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소비된 수산화나트륨의 양을 계산하여 시료 속 산의 함량을 구할 수 있다.
적정법의 핵심은 매우 단순하다.
시료와 표준용액이 일정한 화학량론 비율로 반응한다는 원리를 이용하여 성분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적정법이 제약 산업에서 중요한 이유
제약 산업에서는 의약품의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분석 결과가 조금만 틀려도 제품의 품질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정법은 지금도 다양한 시험에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원료의약품 함량시험
원료의약품의 순도를 확인하기 위해 적정법이 사용된다. 특히 구조가 단순하고 화학반응이 명확한 물질은 적정법만으로도 매우 높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
중간체 분석
합성 공정에서 생성되는 중간체의 함량을 확인하기 위해 적정법을 사용한다. 생산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산가 및 알칼리도 측정
원료나 완제품의 산성 또는 알칼리성 정도를 평가할 때 활용된다.
Karl Fischer 적정

제약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특수 적정법 중 하나다.
원료나 완제품에 포함된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매우 높은 특이성과 정확성을 가진다. 수분은 의약품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Karl Fischer 적정은 품질관리 실험실에서 필수 시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적정법의 가장 큰 장점
매우 높은 정확도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약 ±0.1% 수준의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HPLC보다 더 우수한 정확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비용이 낮다
HPLC나 GC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반면 적정법은 뷰렛, 피펫, 플라스크 등 기본적인 실험기구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절대 분석법
기기분석은 장비의 상태와 교정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적정법은 화학량론에 기반한 절대 분석법이기 때문에 장비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재현성이 우수하다
시험 조건이 일정하면 동일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약전 시험법에서도 오랫동안 표준 분석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적정법의 한계
모든 분석에 적정법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선택성이 낮다는 점이다.
비슷한 화학적 특성을 가진 물질이 함께 존재하면 원하는 성분만 선택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종말점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실험자의 경험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 적정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시료 준비부터 분석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적정 분석의 핵심, 1차 표준물질
적정 결과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1차 표준물질이다.
1차 표준물질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매우 높은 순도
- 화학적으로 안정함
- 흡습성이 낮음
- 정확한 분자량 보유
- 장기간 보관 가능
대표적인 1차 표준물질로는 프탈산수소칼륨(KHP)이 있다.
실험실에서는 KHP를 이용하여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실제 농도를 결정한다.
이 과정을 표준화(Standardization)라고 한다.
표준화가 완료된 수산화나트륨 용액은 이후 다양한 산-염기 적정에 사용된다.
유리기구의 정확도가 결과를 결정
많은 사람들이 분석 결과는 시약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리기구의 정확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Grade A 피펫의 허용오차는 제조 단계에서 엄격하게 관리된다.
1 mL 피펫보다 5 mL 피펫이 상대적으로 더 작은 오차를 가진다.
더 높은 정확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실제 물의 무게를 측정하여 피펫과 뷰렛을 교정하기도 한다.
제약회사 품질관리 부서에서는 분석 장비뿐 아니라 유리기구의 상태 역시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첨단 장비 시대에도 적정법은 계속 살아남을까?
많은 분석 기술이 자동화되고 있다.
그러나 적정법은 여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낮다.
원리가 단순하고 정확하며 비용이 낮고 국제 약전에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료의약품 분석, 수분 측정, 함량 시험, 공정 관리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분석장비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적정법의 가치가 더욱 선명해진다. 복잡한 기술이 등장해도 가장 기본적인 화학 반응 원리에 기반한 분석법은 여전히 품질관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 > 이화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mmonia 28% 몰농도(M) 계산 및 노르말농도(N) 환산 방법 (0) | 2026.06.17 |
|---|---|
| 벌크 밀도(Bulk Density) vs 탭 밀도(Tap Density) (1) | 2026.05.13 |
| SOP: 유기체 탄소(TOC) 분석기 운영 및 교정 지침 (1) | 2026.05.09 |
| 버퍼 용액에 강산을 첨가했을 때 pH 변화 (1) | 2026.03.19 |
| pH4.5의 0.2 M sodium acetate buffer 0.05 M HCl 10 mL 추가 pH 이론 계산 (0) | 2026.02.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