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연구 장비의 형태와 구조가 눈에 자연스럽게 익는다. 특히 마이크로피펫은 연구원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에 쥐는 도구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이 형태를 그대로 살려 볼펜을 만든다면 어떨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연구원의 정체성을 담은 도구 같은 필기구 말이다.
이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상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설계를 진행했고, 금형 제작까지 이어지면서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목업이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이 볼펜이 실제 책상 위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지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전용 거치대였다. 일반 볼펜은 보통 눕혀 놓거나 펜꽂이에 꽂는다. 하지만 마이크로피펫은 원래 실험실에서 수직으로 걸어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볼펜을 단순히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험실 장비처럼 걸어 보관하는 방식이다.

목업을 조심스럽게 거치대에 걸어보는 순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책상 위에 작은 실험실 장비가 하나 놓여 있는 느낌이랄까. 볼펜이라는 일상적인 물건이지만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보니 보는 순간 시선이 멈춘다. 무엇보다 수직으로 거치된 모습이 상당히 깔끔하다. 책상 위에 펜이 흩어져 있는 느낌이 아니라 정리된 장비처럼 보인다.
실제로 몇 번 꺼내서 사용해 보고 다시 걸어 보았다. 이 구조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보통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볼펜이 굴러다니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마다 찾는 것도 번거롭다. 하지만 수직 거치 구조에서는 위치가 명확하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바로 꺼낼 수 있다. 사용 후에는 다시 걸기만 하면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인테리어적인 요소다. 요즘 데스크테리어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된다. 책상 위의 물건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분위기로 만드는 개념이다. 마이크로피펫 형태의 볼펜이 수직으로 걸려 있는 모습은 확실히 독특하다. 실험실 연구원이라면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목업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책상 위에 작은 실험실이 있는 느낌이라는 반응이다. 평범한 볼펜이었다면 이런 반응은 나오기 어렵다. 형태 자체가 이미 연구 장비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명확하다. 오랜 시간 실험실에서 사용해 온 장비의 구조와 사용 습관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피펫은 항상 손에 들고 사용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사용 후에는 거치대에 걸어 보관하는 장비다. 이 사용 흐름을 그대로 볼펜에 적용한 것이다.
실제로 목업을 거치대에 걸어보면서 느낀 것은 하나였다.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억지로 만든 장식품 같은 느낌이 아니라 실제 도구처럼 자리 잡는다. 책상 위에 놓인 순간 존재감이 생긴다. 하지만 과하게 튀지는 않는다. 실험실에서 보던 익숙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목업 단계이지만 이런 작은 테스트 하나가 제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앞으로 남은 과정은 더 많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 안정성, 소재, 무게 균형, 생산성 등 여러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인했다. 마이크로피펫 형태의 볼펜을 수직 거치 방식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매력적인 그림을 만든다는 점이다.
실험실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책상 위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목업을 거치대에 걸어본 그 순간, 적어도 한 가지 확신은 생겼다. 연구원의 일상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결국 연구원의 책상 위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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