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했다. 그냥 카페를 가면 되었다. 맛은 부차적이었다. 집에서 가깝거나, 주차가 쉬운 곳. 혹은 사람이 덜 붐벼서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이유는 늘 실용적이었고, 커피는 당연히 따라오는 옵션일 뿐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카페를 오가며 우리는 무언가를 마셔왔고, 또 무언가를 놓쳐왔다.그런데 커피를 알아가려고 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쓴 맛’ 혹은 ‘달달한 맛’으로 느껴졌던 한 잔이, 알고 보면 수십 가지 변수와 수백 가지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공부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그 광대한 세계. 그 깊이와 폭에 눌려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괜히 바리스타가 자부심을 가지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