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생산된 순간부터 환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긴 여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는 제조사, 도매상, 물류업체, 약국, 병원 등 수많은 주체가 개입하며, 이 모든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온도다. 의약품의 안정성은 저장 온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온도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물리적·화학적 분해가 가속되어 품질 속성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보관과 운송 중 발생하는 온도 일탈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할 것인가는 제약산업의 핵심 과제다. 이때 사용되는 개념이 평균 운동 온도, 즉 Mean Kinetic Temperature(MKT)다.
MKT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의약품이 비등온 환경에서 겪은 시간-온도 이력을 하나의 가상 온도로 요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계산 원리는 단순 평균과 다르다.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은 짧아도 분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MKT는 이를 더 크게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결국 MKT는 특정 기간 동안 실제로 발생한 분해 총량과 같은 효과를 갖는 ‘등가 온도’를 제시하는 셈이다. 이는 아레니우스 방정식에서 파생된 공식으로 계산되며, 기록된 온도값은 반드시 절대온도(Kelvin)로 변환하여 적용한다.
이 개념은 매우 유용하지만 동시에 오용될 위험도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52주 같은 장기 데이터를 끌어다 쓰는 방식이다. 의약품이 한 곳에서 1년간 보관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런 계산은 실제 일탈의 영향을 희석시킨다. 또 다른 잘못된 접근은 고온 노출 이후 창고를 의도적으로 낮은 온도로 유지하여 MKT 값을 정상 범위로 맞추려는 시도다. 하지만 분해 반응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이미 발생한 손상을 되돌릴 수 없다. MKT는 실제 환경을 반영할 때만 의미가 있으며, 조작의 도구가 될 수는 없다.
USP-NF <1079.2>는 이러한 맥락에서 MKT의 올바른 활용 지침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리된 실온(CRT)과 관리된 냉온(CCT)에 대한 적용이다. CRT는 보통 20~25도를 범위로 하며, MKT 계산은 30일 단위로 수행한다. 이는 미국 내 평균 창고 보관 기간을 반영한 것이다. 이 조건에서 허용되는 일탈은 15~30도 범위이며, 순간적으로 40도까지 노출될 수 있으나 그 시간이 24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이때 산출된 MKT 값은 25도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CCT의 경우 조건은 훨씬 엄격하다. 보관 범위는 2~8도이며, MKT는 24시간 단위로 평가된다. 허용 일탈 범위는 8~15도, 최대 허용 온도는 15도이고, 역시 최대 24시간을 넘을 수 없다. 산출된 MKT는 반드시 8도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냉장 보관 제품이 실온 제품보다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MKT가 단순한 계산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USP는 명확히 밝힌다. 온도 일탈은 본질적으로 비정상 사건이며, 허용 범위 내라 하더라도 반드시 기록하고 검토해야 한다. 같은 유형의 일탈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시스템 자체가 통제 불능 상태임을 의미하고, 즉각적인 원인 분석과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MKT는 일탈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하는 도구이자, 보관 및 운송 체계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결국 MKT의 진정한 의미는 환자 안전을 위한 관리 체계의 성숙도에 있다. 단기적인 수치 평가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 전체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선하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MKT는 제 역할을 한다. 제약 산업이 MKT를 규정 준수의 틀 안에서만 보지 않고,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학습 도구로 삼는다면, 이는 곧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약품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2025.06.03 - [COFFEEPHARM QCLAB ] - About Us
About Us
커피 한 잔에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 있는가. 예쁜 카페, 감성적인 분위기, 고급 원두라는 말은 흔하다. 하지만 정말 이 커피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내가 마신 이 맛이 다음에 와도
qclab.kr
USP 249_1079.2 Mean Kinetic Temperature in the Evaluation of Temperature Excursions During Storage and Transportation of Drug Products
'품질관리(Quality Control) > 제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약회사 취업 준비생을 위한 QCLAB.kr 활용 가이드 (0) | 2025.10.01 |
---|---|
HPLC 이동상 보관과 유효 기간: 품질관리 관점에서 본 안정성과 검증 전략 (3) | 2025.10.01 |
USP <1207>은 멸균 의약품의 포장 무결성을 검증하기 위한 가장 중심적인 기준 기밀도 Feat. USP 1207 pdf 파일 공유 (2) | 2025.09.29 |
제약/바이오 취업 궁금증, 현직자가 답하다: 베스트 5 (2) | 2025.09.29 |
85% KOH로 1 M 용액 500 mL 만들기 (0) | 2025.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