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만들기 대회에서 나는 반에서 가장 큰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라면 박스를 은박지로 감싸 테이프로 고정해 사람 형태를 만들었고, 부피만큼은 반에서 1등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입상 실패였다. 크기만 크고 완성도는 부족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단순히 커 보인다고 가치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외형이 커질수록 구조와 균형, 내부 디테일이 따라오지 않으면 오히려 허술함이 더 빨리 드러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기억이 있다. 나라를 선택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숙제가 나왔다. 나라의 개념조차 잘 모르던 나는 집에 있던 계몽 백과사전을 펼쳤다. 페이지가 가장 많은 항목이 아프리카였고, 그 양에 압도당한 나는 아프리카 편 전체를 몽땅 복사해 제출했다. 발표를 위한 선택이나 해석은 전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