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회사 QC에서 7년정도 근무했다. 좋은점도 있었고 나쁜점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국내사보다는 만족스러웠다.
현재는 워라벨을 찾아 국내회사에 있지만, 제약회사 품질관리 외자-내자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려고 한다.

커피 한 잔에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 있는가. 예쁜 인테리어, 고급 원두, 친절한 직원은 카페를 선택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마음이 끌리는 곳은, 단순한 카페 이상의 철학과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다.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디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단순히 회사 이름만 대답하는 것과, 그 회사의 방향성과 문화를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경력의 깊이로 이어진다.
이번 글에서는 ‘외국계 제약회사’와 ‘국내 제약회사’의 구조적, 문화적, 전략적 차이를 제약업계 전문가의 시선으로 세부적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연봉과 복지 수준의 비교가 아니라, 경력 성장, 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산업 내 위치까지 아우른 진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기업 구조의 차이 – ‘R&D 중심’과 ‘생산 중심’의 간극
외국계 제약회사는 대다수가 글로벌 본사 주도의 R&D 및 마케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은 본사(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담당하고, 한국 지사는 아시아 시장의 일환으로 ‘허가’, ‘프로모션’, ‘시장 확장’ 등의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드물며, 공장을 보유한 외국계 제약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머크(MSD), J&J, 알보젠코리아 정도다. 글쓴이는 이 세곳 중 한 곳 출신이다.
공장을 보유한 외국계 제약사는 ‘품질관리(QC)’, ‘생산(Manufacturing)’, ‘엔지니어링’ 등의 직무 채용이 가능하지만, 공장이 없는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RA(허가)’, ‘MA(마케팅 인허가)’, ‘QA(품질보증)’, ‘Medical Affairs’, ‘Sales’, ‘HR’과 같은 사무직 위주로 채용한다.
이 말은 곧 지원자의 전공 및 경력에 따라 접근 가능한 기업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제약회사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제조기반 중심이다. CM(위탁생산)도 있지만, 자체 공장을 운영하면서 원료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GMP 인증을 받은 제천, 오창, 안산, 익산, 진천 등지의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QC, 생산, QA, 개발, 물류 등 다방면의 실무자 수요가 꾸준하다.
2. 조직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 ‘자율성’과 ‘위계의식’
외국계 제약회사의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성과 중심의 수평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직급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팀장과 팀원 간에도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회의 역시 의견 교류 중심이며,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피하기 위해 회의 목적과 자료는 사전에 공유된다.
영문 이메일 작성과 글로벌 파트너와의 화상회의는 일상이므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곧 업무 능력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 문화가 마냥 편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에서 잊혀질 수 있다. 자기 업무를 스스로 정의하고, 계획하고, 보고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매니지먼트나 서포트 없이 일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외국계 회사는 오히려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국내 제약회사는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서 빠르게 진화 중이지만, 여전히 ‘보고 체계 중심의 위계 조직’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 보고서는 수직적으로 올라가고, 상사의 지시 없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튀는 행동’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회의는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결정 통보’ 형식으로 끝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 적합할 수 있다.
3. 복지 수준 – 이름뿐인 제도와 ‘진짜 혜택’의 차이
외국계 제약회사의 복지는 단순히 ‘혜택이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유연근무제는 ‘허울 좋은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오전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프레시 휴가, 가족 돌봄 휴가, 장기근속 리워드, 교육 지원금 등 복지가 업무 몰입도와 연결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육아휴직의 경우 남녀 구분 없이 활용률이 높은데, 이는 조직 문화 자체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도 복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 경조사비 등은 대부분 갖추고 있고, 일부 대형 제약사는 유연근무제와 사내 어린이집을 도입한 곳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를 누리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하거나, 실제로는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제도와 문화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4. 커리어 성장 – 당신의 성장 곡선을 설계하는 방식
외국계 제약회사의 핵심 키워드는 성과 기반의 수평적 성장이다. 성과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빠르게 승진하거나 해외 본사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다. 외국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 글로벌 포지션 전환 기회, 타국 파견 등의 루트도 열려 있다. 실제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는 5년 이내에 Manager → Associate Director → Director로 성장하는 사례도 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언어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열리는 기회다. 영어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능력이 있어도 해외 프로젝트에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제약회사는 과거에는 연차 기반 승진 시스템이었지만, 최근엔 성과 중심 문화로 전환 중이다. 특히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은 ‘성과급제’를 정착시키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해외 경력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진출국 역시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이 주를 이룬다.
경험자의 시선 – “어느 쪽이 더 낫다”가 아닌,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가”
제약업계에서 10년 이상 몸담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외국계와 국내 제약회사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각각은 고유의 철학과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것이 한 개인의 성장과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 자율적인 환경, 글로벌 커리어, 실적 기반 보상을 원한다면 외국계가 더 맞다.
- 안정된 체계, 익숙한 문화, 중장기적 근속 안정성을 선호한다면 국내 제약회사가 적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그 안에서 성장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약을 만들든, 품질을 보증하든, 판매를 하든.
그 일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그리고 사람을 위한 일에는, 회사를 선택할 때부터 당신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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