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1학년, 나는 세 개의 대학과 학과를 고민 없이 적어 제출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꿈이었지만, 운명처럼 그중 하나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세계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1학년이 끝난 뒤, 학과를 선택해야 했고, 나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식품공학과를 1지망으로 넣었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 그 순간부터 나의 첫 번째 ‘방황’이 시작됐다.
생각지도 않았던 학과에 배정되었고, 정체성의 혼란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도대체 왜 이 과에 있어야 하는지, 나와 어떤 접점이 있는지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진짜 나다운 공부’를 찾아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소비자학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는 오히려 흥미를 느끼는 과목들이 쏟아졌다. 메뉴개발, 소비자 행동, 마케팅 등 ‘사람’에 주목하는 시선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군 복무 중, 매달 받은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았다. 그리고 제대 날, 세상이 멈춘 듯한 긴장 속에서 나는 나만의 플랫폼을 열었다. 이름은 필심닷컴(feelsim.com). 사람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 시작된 클럽문화 콘텐츠 웹진이었다.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동시에 사업을 운영하는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남들이 놀 때 일했고, 남들이 일할 때 나는 밤을 새우며 전국에 있는 클럽을 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렇게 4학년이 되던 해, 나는 결국 결심을 하게 된다. 아무리 마음을 쏟아도 ‘사업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방황’이었다.
고민 끝에, 취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접한 서류합격 소식. 너무 기뻐서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던 그 순간은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면접장에서는 전혀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대다 면접, 누구도 나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느낌. 마치 ‘머릿수’ 채우는 용도였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비참함이었다. 며칠 동안 멘탈이 나가있었다. 세 번째 ‘방황’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그래서 선택한 길이 대학원 진학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다.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추고, 내 이야기를 증명할 무기를 만들기로 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진심으로 공부했고, 그렇게 해서 제약회사 품질관리 부서에 입사하게 되었다.
내가 걸어온 길은 2016년 커피팜(COFFEEPHARM)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제품의 품질을 분석하던 손으로, 이제는 커피라는 일상 속에서 ‘믿음’을 증명해내려고 한다.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었던 수많은 선택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왔다. 멈춘 게 아니라 방향을 바꾼 것이었고, 돌아간 게 아니라 내가 가장 나답게 설 수 있는 자리로 걸어온 것이었다.
어릴 적엔 그냥 ‘하고 싶은 것’이 전부였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는 ‘해야만 하는 일’들에 휘둘렸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지금껏 해온 모든 경험들이 사실은 나를 위한 퍼즐 조각들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방황해도 괜찮다고. 진심을 잃지 않는다면, 길은 언젠가 당신 앞에 길게 놓여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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